뜻밖의 오아시스 애리조나 여행기 / 그림은 Hole in the Rock, Arizona 입니다.
계획 없이 자동차 로드트립을 가게 되었고 샌디에이고에서 애리조나까지 차를 빌려 끝없이
달렸다. 창밖은 깨지 못한 게임처럼 같은 곳이 반복되는 사막의 풍경이었다.
붉은 흙길과 선인장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한 고요한 길을 보며 정신이 어지러웠다.
왕복 20시간이 넘는 운전에 지쳤지만 우리가 정말 설렜던 순간이 그곳에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 붉은 흙으로 된 언덕을 오르자 구멍 사이로 오아시스가 보였다.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에 넋 놓고 지는 해를 보며 앉아있었다.
그림 속 여행지는 애리조나 파파고 파크에 있는 Hole In the Rock 입니다.
친구들과 자동차 로드트립을 하며 세도나에 가는 길에 애리조나에 유학하는 지인을 만났다. 우연히 들린 곳에서 동네 명소를 안내받았다. 이 날은 블랙프라이데이 전날이었고 미국의 명절길에 길이 밀려 예상보다 늦게 파파고 파크에 도착했다. 가는 길은 온통 붉은 흙이 가득했다. 붉은색이 따뜻해 보였는데 손에 닿는 느낌은 차가웠다. 사막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듬성듬성 풀이 자라있고 선인장들이 많이 있었다. 나보다 키가 휠씬 크고 직선으로 쭉 뻗은 기둥형 선인장들이 꼭 하늘을 향해 만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로 가라는 표지판도 없었지만 사람들을 따라갔다. 십 분쯤 걷자 붉은 흙으로 이루어진 계단이 보였고 길을 따라 올라갔다. 잠깐 들리기엔 지나치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고 해가 지고 있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구멍을 통해 보이는 오아시스에 마음이 두근 거렸다. 땅도 하늘도 모두 붉어지는 골든아워에 붉은 빛을 받은 친구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계획 없는 여행에 어리석게도 비행기 값보다 곱절이 넘는 기름값을 내며 사막에서 장시간 운전을 해서 오는 동안 뜨거운 땅의 열기에 피는 아지랑이를 보고 속이 어지러웠다. 낯선 땅에서 만나는 한국인 친구들에게 더 유대감이 느껴졌고 지는 해를 함께 보는 동안 우린 조금 더 솔직해졌다. 긴 여행 끝에 만난 오아시스는 잊을 수 없는 선물이었다. 전에 본 영화 중에서 오로라를 보고 펑펑 울며 옷을 벗고 뛰어다니는 여주인공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눈으로 보면서도 늘 궁금했던 오아시스를 마주하니 알 것 같았다. 자연의 경이로움 속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붉은 바위 구멍 밖으로 뜻밖의 오아시스 만나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