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비치타월을 깔고 누워서 책을 보는 메리 앞으로 요정펭귄들과 팽다는 바다에서 육지의 나무집으로 돌아갑니다. 호주를 떠올리게 하는 몰티져스, 오페라하우스 같은 상징으로 동시대의 모습을 그려넣었습니다. 썸머그린 작가의 연작그림의 첫번째 시작이 되는 그림입니다.
< 판다곰, 팽다와 여행자, 메리 이야기 >
펭귄들에게 길러진 판다곰 팽다는 여행자 메리를 만나 자신이 펭귄이 아니라 판다곰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메리와 팽다는 나는 누구일까? 오늘을 어떻게 살까? 이제 어디로 갈까? 질문하며 멀리멀리 자아를 찾아 세계로 나아갑니다. 특정한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길 위에서 풍요로워 질 것입니다.
아래는 그림의 배경이 되는 작가의 멜버른 여행기입니다.
멜버른에서 일어난 아침, 일어나 필립 아일랜드로 가는 차를 기다렸다. 새벽부터 나온
관광객들은 투어버스를 타러 줄을 서고 있었고 넓은 자연으로 떠날 생각에 마음이 두근 거렸다.
그림 속 여행지는 멜버른의 동쪽에 위치한 필립 아일랜드입니다.
(Philip Island, Melbourne, AUS)
자동차 타고 필립아일랜드로 출발했다. 멜버른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필립아일랜드는 요정펭귄의 본고장이다. 필립아일랜드는 남극해가 둘러싸고 있는 섬으로 페어리 펭귄 말고도 바다표범이나 코알라 등 다른 희귀한 야생 동물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들판에 박혀있는 네모난 나무 상자가 보였다. 엉덩이가 삐죽 나온 펭귄이 있었다. 다른 펭귄들은 이미 바다로 갔는데 한마리 펭귄이 나무집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밤에 돌아오는 펭귄들은 어둠 속에서 집을 잘 찾기 위해 보초병을 남겨둔다고 한다. 나무상자 말고도 풀숲에 동그란 둔덕들이 요정 펭귄들의 집이다. 매섭게 부는 바람에 머리가 띵했다. 관광객처럼 퀸 빅토리아 마켓에서 샀던 호주 국기가 그려진 기모 후드티를 꺼내 입었다. 5월의 호주는 제주도처럼 흐렸다가 비가 왔다가 매섭게 바람이 몰아쳤다.
저녁을 먹고 네이처 파크 구경하는 동안 펭귄으로 만든 여러 상품과 필립아일랜드에 관한 안내판이 있었다. 필립아일랜드에는 32000마리의 펭귄이 살고 있다고 한다. 기념품 상점에는 귀여운 펭귄 인형들이 종류별로 있었고 담요와 티셔츠와 마그네틱같은 기념품으로 가득했다. 내가 좋아하는 TY사의 부드러운 하늘색 봉제인형도 눈에 띄었다. 호주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울타리가 없는 자연 속에서 동물을 보는 것이었다. 요정펭귄, 코알라, 왈라비, 캥거루, 토끼, 앵무새, 다람쥐 등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었고 도심에서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물들의 모습이 생경했다. 한국에서 동물을 마주할 때면 어딘가에 가두어진 모습을 떠올렸다. 공원에서 본 캥거루와 토끼는 나의 머릿 속으로 뛰어들어와 좁은 시각을 새롭게 열어준다. 늘 가고 싶던 필립 아일랜드에 와서 펭귄과 함께 세계를 누빌 꿈을 꾸었고 메리와 팽다의 스토리를 만들게 되었다.
[ 2월- 3월 주요 작가활동 ]
전시, 《 한여름밤의 꿈, 덕진갤러리 36.5 》
2024. 2. 1 (목) - 2. 21(수) / 주말휴무
덕진갤러리 36.5, 1층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벚꽃로 55)
작품문의: summer88art@gmail.com
요즘 세상에 자극적인 것들이 많지만 내 그림은 때묻지 않은 것처럼 순수하고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겨울을 잊을만큼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림은 잘 모르지만 지나가다 들렸다는 동네 은행, 카페, 우체국부터 근처 학교 학생들까지 주변에 사는 수많은 분들을 만났다. 여행에서 느낀 따뜻함을 그림으로 전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하고, 도심 곳곳 도서관, 컨테이너, 관공서 등 사람 냄새가 나는 곳부터 전시를 시작했다.
여행그림을 그리는 건 한여름밤의 꿈 같다. 그림으로 그리면 쓸모 없는 것도 가치있고 귀한 것으로 바꿀 수 있다. 눈으로 보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그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