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U OK? 당신의 삶은 지금 괜찮아요?
깜박이 없이 들어온 삶에 치여 살다보니 벚꽃구경을 못 간 채로 공기가 차가워진다. 작년에는 가을에도 계절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친구와 광화문을 걸었는데 어느새 일년이 흘렀다.
잠깐 멈춰. 캔디창의 Before I die 작품을 떠올린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친구네 학교 벽에 걸린 칠판에는 Before I die_____라는 문장으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채우는 빈칸이 있었다.
아티스트 캔디 창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꿈, 행복, 건강, 사랑, 여행, 돈, 세계정복, 가족, 이민, 취직, 우주여행 등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문장을 떠올려본다.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문득 사랑이 떠올랐다. 사랑한다는 말을 지겨워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내 행복에는 주변인의 행복과 사랑이 포함된다. 두 단어를 떠올리면 몇 년 전 친구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나는 늘 웃지만 그날 마음은 웃지 않았고 인력으로 할 수 없는 일에 온몸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숨기려고 한 건 아니지만 여전히 상한 사과 같았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도 상처는 남았다.
그때 내겐 머무를 곳이 필요했다.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누군가의 마음속에 살고 싶었다. 내미는 손 중에 잡을 수 있는 손은 없었고 1센티의 타인의 눈동자 안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너는 사랑을 찾는데 재능이 있어”
마음을 툭 치는 말에 한참을 서있었다. 삶에 어둠이 드리울 때 좋은 점은 친구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진부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내 삶이 디즈니 영화의 해피엔딩처럼 진실하고 충만한 사랑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누군가는 그건 어떤 목표도 꿈도 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삶을 긍정하는 방향성이다.
며칠 전 수업에서 커서 내 아들이 된다는 어린이를 만났다. 편견 없는 생각에 꿀밤을 맞은 것 같았다. 문득 틀이라는 것은 변화의 여지가 있는 데도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것처럼 지금의 삶이 유일한 선택지처럼 생각하고 마냥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닐까 의문이 든다.
정해진 이야기에서 해방되는 순간 삶의 의미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가면 되는지 과거에 종교가 하던 일을 요즘엔 광고가 대신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소비는 우리가 뭘 하고 어디에 살고 무엇을 입어야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대신 정해준다. 인스턴트 같은 이야기 속에서 자유로운 개성을 선택한다는 환상을 느끼지만 사실은 누군가 미리 정해둔 이야기를 따라 가는 건 아닐까.
실화를 각색한 영화조차 어느 정도 현실을 각색한 버전이 있고, 나를 아는 사람들도 모두 다른 버전의 나를 알고 있다면 세상은 우리 뇌가 마음대로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닐까. 어떤 일을 결정하는 것이 나의 판단이라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도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가끔 지칠 때면 눈을 더 크게 뜨고 세상의 이야기를 해체하고 해방되고 싶다. 삶의 순간순간 빈 구멍들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나가고 싶다. 여행을 가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세상의 수많은 질문에서 찾은 고유한 언어로 나를 찾아가며 문을 두드린다.
모두 행복한 가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냅니다.
내달 8일에도 팽다와 함께 찾아가겠습니다. <썸머그린 타임즈>를 기다려주세요 :)